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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쓸 때 어떻게 몰입하는가?
조회 : 12,731
(사)푸른세…
2012.05.1507:19
시창작 지상강좌 4

김신영

시를 쓸 때 대상에 어떻게 몰입하는가?

시를 쓸 때에는 대상에 대한 몰입을 기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에 대한 몰입을 할 때 대상은 물론 이 세상과 사회를 관통하는 힘과 대상에 대한 통시적이면서도 전후는 물론 좌우 사방의 입체적인 시의 의미가 살아난다.

우선 시가 되겠다 싶은 대상을 만났거나 그러한 의미를 포착했을 때 시인은 그 대상이 사회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고찰하여야 한다. 하나의 의미만으로 시를 쓸 때 그것은 통속적이면서 너무나 뻔한 의미가 되기 때문에 깊은 의미를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시인의 이러한 고뇌가 일반적인 글과 다른 의미를 자아내기 때문에 시인은 새롭게 창출된 의미에 시인에 의해 새롭게 창출된 의미를 더하여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인에 의해 창조된 세계는 그 하나 만으로도 훌륭한 예술 세계를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시에 의해 창조된 세계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새로운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시가 될만한 대상이 발견하거나 만나면 우선 그 대상에 대해서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폭포가 의미가 있다면 폭포의 물줄기와 주변상황과 폭포가 가진 본래적 의미와 더불어 넓어진 의미까지를 포함하여 연결시키며 생각을 종합하여야 한다. 복사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면 마찬가지로 복사꽃의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의미와 더불어 복사꽃의 본래적 의미와 생김새와 그 역사적 의미까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또한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은 대상의 생김새이다. 대상이 어떤 형태인지를 세심하게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CD루이스는 시가 되겠다 싶은 것을 ‘시의 종자’라하고 이를 반드시 노트에 적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시의 종자를 당장 한편의 시로 만들려고 서둘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시를 쓰려고 서두르다 보면 표현이 단조롭고 내용이 빈약한 시가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대상에 대한 깊은 고찰없이 시를 쓴다는 것은 내용이나 표현이 빈약한 시가 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또한 루이스는 반드시 시의 종자를 노트에 적으라고 권장한다. 시의 종자는 노트에 적히는 순간 씨가 되어 싹이 틀 수 있지만 적지 않으면 시의 종자를 완전히 잊어버려 종자가 싹이 터서 자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시의 종자가 성장하는 것은 얼마나 그 대상에 대한 속성을 파악했느냐의 의미로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대상에 대한 속성과 시의 의미가 일치할 때 비로소 시는 내밀한 완성을 이루는 셈이다.

시인들은 시의 종자를 얻으면 이를 어떻게 싹을 틔울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태가 시의 종자가 자라는 성장기에 해당이 된다. 성장기는 줄기가 자라고 잎이 무성하여 지며 줄기가 굵어지고 잎의 색깔이 진해지는 시기일 뿐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기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에 시적 대상의 의미는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며 그 의미는 아름답기까지 한 것이다.

이 때에는 시를 쓰고 집중하여 생각하고 다시 쓰고 집중하고, 그것이 잘 안될 때는 잠시 시를 안 보기도 하여 그 거리를 조절하여야 한다. 그렇게 집중하고 몰두하다 보면 자연히 대상에 몰입하여 그 속성을 아우르면서 시를 쓸 수가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서 극단까지

모든 일에서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일에서나, 길에서나,
마음의 혼란에서나,

재빠른 나날의 핵심에까지
그것들의 원인과
근원과 뿌리
본질에까지,

운명과 우연의 끈을 항상 잡고서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발견하고 싶다.

아, 만약 부분적으로라도
나에게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여덟 줄의 시를 쓰겠네.
정열의 본질에 대해서
오만과 원죄에 대해서
도주나 박해,
사업상의 우연과
척골(Elle)과 손에 대해서도

그것들의 법칙을 나는 찾아내겠네.
그 본질과
이니셜을
나는 다시금 반복하겠네.

B.파스테르나크, 1954.

닥터 지바고』로 더 유명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이다. 그러나 몰입과 그 성취가 얼마나 힘든지 파스테르나크는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여덟 줄의 시를 쓰겠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여덟 줄의 시라는 것은 파스테르나크가 할 수 있는 일을 의미한다. 가능하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우주삼라만상에 숨어있는 법칙을 찾아내고 그 본질과 이니셜을 반복하여 노래하겠다고 표현하고 있다.

대상에 몰입하는 것은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연습만 되면 얼마든지 쉽게 몰입이 가능하다. 처음에 몰입하기는 어려워도 여러 번 반복이 되다보면 보다 쉽게 대상에 접근할 수 있다. 파스테르나크가 말한 ‘모든 일에서 극단까지’는 어떤 경지나 그 끝 지점까지 가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누구나 극한의 지점에 까지 가 보고 싶은 지극한 인간의 소망이다. 이 인간의 소망에 몰입하여 불가능하지만 가정법을 써서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궁극적인 인간의 소망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사실 몰입은 대부분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들이 보기에 몰입은 아주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이는 연습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라는 시의 습작과정을 보아도 40대 누님의 원숙미를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국화로 찾은 것은 대상에 대한 몰입의 결과이다. 서정주는 40대 여인을 표현하려고 하였으나 좀처럼 못찾다가 2-3년이 지난 어느 가을날 노란 국화를 보고 시상을 얻어 써 내려갔다고 한다.

녹두시티city

-30원짜리 책

불콰한 얼굴로
등이 굽은 할머니의 수레가
이사하는 책들 옆에서
천년의 철학을 들춘다
들추다 들추다 구부러진 허리 펴지지 않고
날이 저물어 고물상에 도달한다
펴질 날 없는 허리를 부여잡는데
녹두천하대장군, 녹두지하여장군이 버린
폐기 처분된 고물이 난삽한 지도를 그리는 곳
녹두시티 고물상에 가면
천년의 철학 한 권에 30원
공무원 수험서 한 권에 30원
한 달 알바로 샀던 3만 원짜리
법서가 30원이 된다
천년고도 비경의 도시와
세상을 이끌던 성자의 목소리와
도시를 굽어보는 절대의 이념과
산 빛이 고운 차마고도를 지나
유구한 강을 흐르는 철학이
모두 고물상에 넘어갔다
수레에 넘치도록 담긴 하늘의 보고가
이제 긴 잠을 자야하는
우주의 시간,
제 무게에 짓눌리어 구겨지고 찢어진
수레는 민들레와 함께 시궁창에 처박혀 있다

할머니가 담벼락에 앉아 담배를 물고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무거워진 철학을 찢어 방석을 삼는다
때로 맥주병이 할머니를 따라 30원이 되는데
오늘은 천년고서가
할머니의 손을 따라 30원이 된다
신문지상이 떠들썩하게
할머니 주변에 쌓이기도 하는
죽음이 가깝도록 아직도
무겁고 무거운 삶의 무게여

-시선 2010 여름 호

고시촌의 풍경을 통렬한 풍자로 나타낵 있는 시이다. 도시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그들의 무거운 삶을 견디어 내기 위해서 고서와 폐지와 신문과 병, 그리고 무엇이든 돈이 될만한 것은 모조리 들고 고물상으로 간다. 특히 책은 권당 30원을 쳐주거나 운이 좋으면 본래 책값의 반값을 받기도 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노인들의 고단한 삶을 난삽한 시각으로 훑으면서 그들의 삶에서 책이 어떤 의미인가를 대변해주고 있다. 최근에 종이값 뿐만아니라 원자재값의 상승으로 도시에 버려진 폐기물은 일정부분 자원으로 환원할 수 있을 때 가치를 보여준다. 이에 도시의 노인들은 발벗고 나서서 환금성이 있는 것들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돈은 절대적인 요소이다. 건강을 위해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도 용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니 도시에서 사람 노릇하기는 정말 힘들다.

고시촌에서 살아가는 노인과 그곳에서 버려진 책의 의미와 고물상의 관계를 통해서 도시의 일상을 꼬집고 있는 시이다. 이것 역시 대상에 대한 몰입을 통해서 tM여진 시이다. 도시의 노인들을 여러번 목도하면서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의 삶이 도시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또 도시에서 버려진 책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표현하였다. 어쩌면 버려진 노인들이라 할 수 있으며 도시의 냉정한 현실세계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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